2025년,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3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그동안 경험을 쌓으며 배운 점도 많았지만,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내가 추구하는 커리어의 방향이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업무에서 얻는 성취감도 점점 줄어들었고, 더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이 포스팅에서는 내가 경험한 이직 과정과 경험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글이 이직을 고민하는 다른 데이터 엔지니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준비 과정
이력서 작성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이력서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다. 마침 1월말 긴 설연휴가 있어 여유있게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작년 말에 한번 정리해놔서 괜찮은 형식으로 다듬는것 위주로 작업을 했다. 몇년전에 한 업무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그때그때 잘 정리해두는게 중요하다. 특히 트러블슈팅 같은 경우 어떤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문서로 잘 작성해둬야 나중에 잊어버리지 않는다.
좋은 이력서 작성을 위해 먼저 유튜브, 블로그, 구글링 등 취업/이직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또한 동료들에게 이력서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고, 데이터 처리 규모, 성능 개선율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 위주로 이력서를 구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접근방법
- 지금까지 해온 모든 업무 경험을 다 나열
- 가고 싶은 회사의 JD 정리 & 나의 커리어 방향성 설정
-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종은 각 회사에서 정의하기 나름대로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넒은 편이다. JD를 정리하며 느낀 것은 데이터 엔지니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 다는 것이다.
- 스파크/카프카 같은 기술스택에 대규모 트래픽을 다룰 기술집약 엔지니어링
- 데이터 웨어하우스, 데이터 마트 등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과 개발
- 데이터 플랫폼과 거버넌스 구축
- 더불어 데이터 분석이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능력도 있으면 좋은.. 취업시장이 이렇게 어렵다.
- 나의 우선순위는 대규모 데이터를 다루며 트러블슈팅을 경험해 기술적 성장을 하고 싶었고, 덧붙여 품질과 거버넌스 등 좀 제대로 데이터 드리븐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잡았다. 그리고 에듀테크라는 도메인의 특성상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음 도메인은 커머스처럼 유저-결제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종은 각 회사에서 정의하기 나름대로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넒은 편이다. JD를 정리하며 느낀 것은 데이터 엔지니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 다는 것이다.
- 핵심 프로젝트 선정
- 위에 선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내가 가려는 분야에 맞는 가장 임팩트가 컸던 프로젝트 3개를 고르기.
첫 이직 준비를 하다보니 애매한 업무들을 많아서 이 부분이 어려웠다. 반대로 내가 채용 담당자가 되어 서류를 읽어봤을때의 경험을 떠올리는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단순 시간순으로 프로젝트 나열만 한경우 이사람이 뭘 중점적으로 해왔는지 어떤 커리어를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력서와 JD와 내 커리어 패스의 얼라인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
- 위에 선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내가 가려는 분야에 맞는 가장 임팩트가 컸던 프로젝트 3개를 고르기.
-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표현
- 각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한 수치로 표현하기. 수치로 표현이 어렵다면 정성적인 결과라도 작성.
- 불필요한 경험 제거
- 모호하거나 깊게 대답할 자신이 없는 기술은 과감히 제외. 이건 면접을 보면서 계속해서 수정해나갔다.
지원은 주로 원티드를 통해 했고, 리멤버와 점핏에도 이력서를 올려놨다. 처음 몇군데 지원하고 약 3주가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서류 합격 연락이 왔다. 이후 자신감을 얻고 이력서를 한 번 더 보완한 뒤 집중적으로 여러 곳에 지원했고, 서류 합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과제 전형
서류 다음은 보통 코테/과제 전형으로 넘어가게 된다. 코테는 항상 자신이 없어서 사내에서 스터디도 참여하고, 혼자서도 프로그래머스나 백준에서 꾸준히 문제를 풀면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코테는 주로 프로그래머스로 발송됐고, 알고리즘과 SQL, 그리고 과제가 섞여서 나왔다. 난이도는 회사마다 너무 천차만별이라 종잡기 힘들었다.
과제는 주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과제였다. 지난 업무 경험에 기반해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준비를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고, 평소 업무 스킬을 어떻게 쌓아놨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제 전형에서는 한 군데만 탈락했는데 피드백이 없어서 아쉬웠고, 기술 스택이 맞지 않는 곳은 과감히 드랍했다.
면접 준비
서류가 통과되면 다음 난관은 역시 면접이다. 어느 범위에서 무엇을 얼마나 물어볼지 예상할 수 없으니 준비를 해도해도 부족한 기분이었다. 기술면접과 컬처 면접을 따로 보는 곳도 있고 한번에 몰아서 보는 곳도 있어, 이 비중이 얼마나 될지 모르니 두 개를 한꺼번에 준비했다.
내가 실제로 준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예상 질문 리스트업 (GPT 활용)
먼저 이력서를 ChatGPT에 입력해 기술 및 컬처 관련 예상 질문을 뽑아냈다. 이렇게 얻은 질문들을 토대로, 실제 면접관이 된 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질문을 확장시켜 준비했다.
반드시 준비해야 할 질문
- 기본적인 질문: 간단한 자기소개, 이직 사유, 지원 동기, 어떤 커리어 생각중인지
- 프로젝트 기반 질문: 목적, 기술 스택 선정 이유, 데이터 규모, 문제와 해결방법
- 기술 및 CS 질문: 기본 CS, 사용하는 언어,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기술 심화 질문
- 컬처핏: 동료/상사 협업 경험, 일하는 방식과 태도
회사 정보 파악
- 회사 사이트, 기술 블로그, 유튜브 같은 것 찾아보며 회사에서 추구하는 방향성 파악하기
특히 기술 블로그에 있는 데이터 관련 업무는 꼼꼼하게 읽어봄
그리고 요새는 회사 블로그에 컬처나 복지 등 사내 생활에 대해 자세히 정리를 해놓기 때문에 다 들어가서 읽어보면 좋다 - 잡플래닛/블라인드 같은 플랫폼에서 면접 후기 읽기 - 어떤식으로 준비해야할지 흐름이 잡힘
면접자 Q&A
면접이 끝날 무렵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은 거의 필수적으로 주어진다. 이때는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에,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한 질문 예시:
- 개발팀 규모와 구성
- 입사하게 된다면 제일 기대하는 업무
- 데이터 팀 소규모 일때 코드 리뷰 프로세스 어떻게 되는지
- 업무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결정되고 배정되는지
- 스터디나 기술 교류가 이루어지는지
이런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으면, 방금전 면접관-면접자 입장이 역전되어 이제는 면접자가 회사의 깊이를 알아볼 수 있다.
면접 복기 및 피드백 반영
매번 면접이 끝나면 질문과 나의 답변을 빠르게 복기했다. 잘 대답하지 못한 부분은 따로 정리해서 다시 공부하고, 다음 면접에 반영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력서에 적었는데 막상 면접에서 대답을 잘못하는것 보고 내가 완전히 이 개념을 아는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어차피 면접은 내 페이스로 끌고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모호한 부분은 이력서에서 삭제하거나 수정하면서 계속 보완해나갔다.
지원 및 전형 결과 요약
총 지원 기업 수 | 23개 | |
서류 합격 | 8개 | 약 35% |
과제 제출 | 5개 | 2개 드랍, 1개 탈락 |
면접 진행 | 5개 | |
· 1차 면접 탈락 | 3개 | |
· 2차까지 진행 후 미합 | 1개 | |
· 면접 1회 후 합격 | 1개 | 최종합격 |
기업별 면접 후기
규모는 개발팀 기준으로 구분 (10명~ 소규모, 30명~ 중규모, 60명~ 대규모라고 칭함)
- A 회사 (소규모)
- 서류 > 1차 기술 면접 > 2차 컬처핏 면접
- 컬처 핏 중심의 질문이 많았고, 준비한 컬처 질문들만 나와서 면접 매끄럽게 흘러감
- 회사 규모상 기술적 성장에 한계가 있어보였음
- 2차 면접 봤으나 연봉 미스매치로 최종 탈락
- B 회사 (중규모)
- 서류 > 1차 기술 면접
- 기술 질문 및 프로젝트 기반 질문 매우 심도 있게 진행
- 프로젝트 세부 질문에서 다소 막힌 부분이 있어 1차에서 탈락했으나, 앞으로 이력서와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알려준 가장 많이 배웠던 면접 경험
- C 회사 (본 곳 중 가장 대규모)
- 서류 > 코테/과제 > 1차 기술 면접
- 가장 기대했던 기업이었으나 커뮤니케이션에서 서로의 핏이 맞지 않음을 느낀 면접
- 뭔가 질문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대답을 거의 제대로 한게 없었음. 아쉽긴 했지만 들어가서 일했으면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더 힘들었을것 같아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
- D 회사 (소규모)
- 서류 > 과제 > 통합 면접
- 기술 블로그 보고 기대했으나 실제 면접에서 평범한 느낌을 받음
- 데이터 분석과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하는 롤이어서 핏이 잘 맞지 않음
- E 회사 (중규모)
- 리멤버 제안 > 코테 > 통합 면접
- 안그래도 지원하려고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리멤버로 먼저 제안이 옴
- 지금까지 면접 경험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대답함
- 최종 합격
이직 활동을 마치며
이번 이직 과정에서 느낀 것은,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무는 대부분 회사에서 인원이 적고(0~2명 수준),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면접 과정에서 만난 현업자들 역시 전반적으로 피로도가 높고 업무 과중이 느껴졌고, 그런 모습에서 나 역시 회사 선택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이직 활동은 1월 말 이력서 작성으로 시작해, 2월 말부터 서류 지원을 시작했고, 약 두 달 뒤인 4월 중순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각 전형별 시간은 1주일에서 길면 2주까지도 걸리니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한 단계씩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생각보다 서류 합격률이 좋았는데 아무래도 일반 웹 백엔드 개발자보다 데이터 엔지니어 영역이 크기가 작다보니 사람도 적은게 아닐까 싶었다.
기술적으로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면접 질문에 답변하면서 스스로 기술 깊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동시에 과거의 나에게 왜 그때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는지, 다른 접근 방법은 없었는지 돌이켜보며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했다. 그때의 내 시야와 경험의 한계 때문이었겠지만, 이번 이직을 준비한 세 달 동안 정말 압축적으로 성장했고, 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회사에서는 맡은 일에 더욱 책임감과 주도성을 가지고 임해야겠다. 원하던 커머스 도메인에 오게 된 만큼 재밌게 일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